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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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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료수를 마시고 빈 캔을 그대로 방치하는 버릇을 가진 동생과 다툰 적이 있다. 집안일의 대부분을 내가 하고 있는만큼, 그러지 말아달라 요구를 하였고, 곧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동생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사람이 (아마도) 대부분일 것이라 예상한다. 동생도 '형이 내 한가지 허물을 가지고, 나란 사람 자체를 비난했다'고 느껴 시작된 말싸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난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단지 동생보다 깔끔을 떠는 성격이고, 그러다보니 빈 캔이 아무데나 놓여있는 것을 못 볼 뿐, 동생이 무언가 그릇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설거지를 식후 5분 안에 하느냐, 1시간 뒤에 하느냐, 아니면 다음 끼니 준비할 때 하느냐에 옳고 그름은 없다. 치약을 아래부터 짜느냐 중간부터 짜느냐, 방금 쓴 수건을 안쪽에 거느냐 바깥쪽에 거느냐 만큼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이다. 


따라서 난 동생의 그런 버릇이 "싫다"고 느꼈을 뿐, "잘못이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애초에 세상에 옳다 그르다를 확실히 단정지어말할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될까.







- 생각해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내 잣대" 혹은 "내 선호"를 절대적이며 보편적인 판단기준으로 착각하고 행동을 평가하는 듯 하다. 역지사지를 제 편할때로 적용시키는 것은 나 또한 종종 저지르는 실수이다.


    "내가 너였다면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었을거야.

     근데 너는 다르게 행동했잖아. 넌 잘못한거야."


    "네가 내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봐, 똑같이 행동했을 걸?

     그러니까 내 행동을 잘못되지 않았어."


가족 사이 혹은 연인 사이에서 말다툼을 할 때면 흔하게들 사용하는 논리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명백히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있다면 그런 말이 필요하지 않다. 즉, 이 가정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명백한 잘못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언사를 비판할 때 많이 쓰고들 있는 듯 하다. 말하는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반영한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내가 너였다면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느꼈었을거야.

     근데 너는 다르게 행동했잖아. 그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네가 내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봐, 나처럼 느꼈을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내 행동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타인으로 하여금 내 신발을 신어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내 행동의 기저에 있는 "감정"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지사지는 어디까지나 감정을 대화 상대와 공유하기 위해 써야지, 비난과 비판을 위해 사용해서는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다시 말해, 역지사지는 내가 가진 잣대를 토대로 타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보다는, 타인이 느꼈을 감정을 헤아려보고 그의 행동을 이해해보려 할 때 써야하는 것 같다.


    "내가 너였다면, 굉장히 섭섭했을 것 같아.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한거야?"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

     그 사람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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